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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관계

《빅 피쉬》 현실에 동화가 필요한 이유 사람은 계속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동화로 이야기를 접하고는, 커서 만화책, 소설, 영화 같은 걸 보며 이야기를 찾아 듣는다. 이와 반대로 이야기하길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빅 피쉬’에는 자신의 삶을 판타지처럼 들려주는 아버지와 어른이 되서도 지겹게 듣는 아들이 나온다. 아들에게는 그런 아버지가 허풍쟁이처럼 보인다. ‘마녀를 만나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 알게 되고, 거인과 여행하다 늑대인간을 만났다’ 이런 얘기는 더 이상 재미가 없다. 실제로 아버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할 뿐이다. 아들이 이를 물어보자 아버지는 똑같이 판타지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런 아버지에 실망한 아들은 한동안 거리를 두는데,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며 둘은 다시 만나게 된.. 더보기
《슬럼독 밀리어네어》 일련의 경험이 만들어내는 삶의 궤적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주인공 '자말'은 제목 그대로 빈민층 출신의 부자가 된다. 인도 최고 인기 퀴즈쇼에서 교수, 의사, 변호사도 모르는 퀴즈를 모두 맞춰 거액의 상금을 받은 것이다.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그가 어떻게 정답을 알았을까? 속임수를 썼다. 운이 좋아서 천재라서 운명이었다 "교수, 의사, 변호사 먹물들도 못하는데 녀석은 천만을 땄어. 밑바닥 인생 무식쟁이가 대체 뭘 알겠어?" 부정행위를 의심받고 체포된 자말에게 경찰이 하는 말이다. 이에 자말은 이렇게 답한다. "정답. 정답을 알았어요." 놀랍게도 퀴즈의 정답은 자말이 살면서 겪은 충격적인 사건에 계속 등장한다. 어떤 경험은 삶의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라마신이 오른손에 든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자말은 쉽게 답을 맞춘다. 어머니가 살해.. 더보기
《가장 보통의 연애》 '보통'은 누가 정하는걸까?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보통의 연애는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 딱 그려지는 만남의 과정이 하나 정도는 있을 것이다. 재훈(김래원)은 이렇게 생각한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평생 서로 바라보면서 같이 늙어가는 거. 그게 인생에서 진짜 행복한 거 아니니." 반면, 선영(공효진)은 연애에 대한 환상이 없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이자 일반적인 만남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이상적인 만남일 것이다. 이렇게 각자가 생각하는 보통의 연애가 다 다르다. 이런 걸 보면 가장 개인적인 연애가 가장 보통의 연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보통이 보통이 아닌 것이다. 남자친구가 바람을 핀 걸 알고 바로 다른 남자를 만난 선영에게 재훈은 너무 빠른 거.. 더보기
영화《뷰티 인사이드》 전과 달라진 그 사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뷰티 인사이드는 매일 자고나면 다른 사람으로 모습이 바뀌는 '우진'이 다른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나가는지 보여준다. 판타지 영화지만 잘 생각해보면 현실도 이와 같다. 누구든 매일 어제와 완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살지는 않는다. 입는 옷이 달라질 것이고, 몸의 컨디션이나 마음 상태 기분, 감정 같은 것들이 조금씩이라도 달라진다. 매일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우진'과 사랑에 빠졌던 '이수'는 헤어진 후 혼란스러웠던 자신을 정리하며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가끔 가끔 나에게 물었어.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같은 걸까? 날마다 같은 모습을 하고 날마다 다른 마음으로 흔들렸던. 어쩌면 매일 다른 사람이었던 건 네가 아니라 나였던 게 아닐까? 그런 맥락에서 뷰티 인사이드를 보면, 이전에 내가 알던 모습과 달라진 .. 더보기
《가타카》 운명을 만드는 것은 유전인가, 아니면 꿈을 향한 열망일까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어떨까? '가타카'의 빈센트가 사는 세상이 그렇다.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이 세상에서는 인공 수정 과정에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원하는 아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성별은 물론이고, 근시나 비만 같은 나쁜 인자를 제거할 수 있다. 그리고 태어나자마자 언제, 왜 죽는지도 알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인공수정을 택하는 가운데 빈센트는 자연 잉태로 태어나고 열성 유전자의 인생을 살게 된다. 인공수정으로 태어나 우수한 유전자로 가득한 동생과 비교되고, 약한 몸 때문에 유치원에서 거부당한다. 얼마나 억울할까.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모든 것이 거의 다 정해져 있는 삶. 그런 그는 우주 여행을 꿈꾼다... 더보기
《김씨표류기》 자발적 고립은 도망인가 희망인가 김씨표류기에 나오는 두 명의 김씨는 가까운 여러 관계에서 단절되고 표류한다. 고립된 이들이 혼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떻게 희망을 찾고 발견하는지,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는 어떻게 다시 맺는지를 웃기면서도 슬프게 보여준다. 남자 김씨는 빚에 떠밀려 한강에서 뛰어내리지만 밤섬에 떠밀려와 살아남는다. 핸드폰은 배터리가 없고, 그를 발견한 유람선 승객은 조난당한 줄 모르고 웃으며 손을 흔들고 떠나간다. 수영을 못하는 그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서울의 한복판 밤섬에 홀로 갇혀 좌절한다. 허나 곤란하고 불편한 것도 잠시 뿐, 그는 곧 버섯을 따먹고 물고기와 잡아먹으며 무인도 생활을 만끽한다. 유람선이 근처를 지나갈 때는 누군가가 그를 발견할까봐 오히려 숨는다. 그렇게 사람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그는 자급자족하.. 더보기
《엣지 오브 투모로우》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들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주인공 케이지가 죽으면 특정 시점에서 다시 살아나 비슷한 상황을 반복하는 타임 루프물이다. 케이지는 외계인과의 전투에 투입되는데, 죽는 순간 전투 투입 하루 전으로 되돌아간다. 반복되는 전투와 죽음 속에서 케이지는 점점 전투에 능숙해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는다. 반복되는 상황에 대응하는 케이지의 태도는 그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 이들의 문제 해결에 힌트가 될 것 같다. 살다보면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시기가 있다. 애초에 목표로 했던 것을 달성하지 못하고 실패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면 지치기 마련일 것이다. 상황이 크게 나아지거나 달라지지 않고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전투를 피하기 위해 홍보 장교에 지원한 케이지는 강제.. 더보기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쉽게 흔들리지 않는 이유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는 학교의 유명인 키리시마가 배구부 활동을 그만두는 금요일부터 시작해 그다음 주 화요일까지 벌어지는 일을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이 사건으로 인해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 둘의 차이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해서 하고 있는지의 여부로 나뉜다. 바꿔 말하면 일을 하고 있는 이유를 외부에서 찾는가, 자신의 내부에서 찾는가라고 할 수 있다. 키리시마의 친한 친구 3명은 키리시마의 배구부 연습이 끝날 때까지 셋이서 농구를 한다. 끝나고 같이 학원을 가기 때문이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시작한, 즉 이유를 외부에서 찾은 경우다. 매일같이 농구를 하던 이들은 농구를 시작한 이유인 키리시마가 없어지자 재밌게도 각자 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