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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관계

영화《우드잡》 나에게 맞는 생태계는 가지치기에서 나온다

영화 '우드잡'은 주인공 히라노 유키(소메타니 쇼타)가 대학에 떨어진 후 우연히 본 홍보 전단 모델이 예뻐서 산림관리 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이로 인해 겪는 변화를 그린다.

 

영화 우드잡 포스터
보고나면 상쾌해지는 영상미, 임업의 가치를 다시 인식하게 됩니다

 

어떤 일의 시작은 사소하다. '우드잡'처럼 우연하게, 누군가에게 관심이 가서, 너는 잘해내지 못할 거라는 말에 대한 반발심으로,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 살다보면 이런 일이 종종 생긴다. 갑자기 생긴 사건 사고, 하던 일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일처럼 의도하지 않더라도 하게 되는 일. 이런 상황에 놓이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 일은 내 길이 아닌가보다 하면서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도시에 살다가 '가무사리'라는 시골에서 도제식 연수를 받으며 임업을 배우는 히라노 유키가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연수 프로그램 도중에는 다치고 힘들어서 그만두려고 한다. 현장에 나가서는 불친절한 사수, 살모사에게 물릴 수 있는 위험한 환경에 일이 더 힘들게 느껴진다. 이런 그에게 터지지 않는 핸드폰과 사슴고기 같이 낯선 음식들은 철저하게 이방인이 된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새로운 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처음엔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시간이 흘렀을 때 그곳과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가일 것이다. 그것은 자생력과 더불어 외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우드잡'에 '가지치기'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연수 프로그램 도중 가지치기를 왜 하는지 묻는데, 대학에서 임업을 전공한 사람이 이렇게 대답한다. 

정기적으로 가지치기를 해주면 나뭇가지 사이로 햇볕이 잘 들어오죠. 그러면 나이테도 예뻐지고 기둥도 굵게 자라요. 가지치기를 안 하면 토양이 나빠지고 뿌리가 자리를 못 잡아 산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고···.

 

공동체에도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새로 들어온 사람이 자리를 잡는 데는 기존 구성원의 '가지치기' 같은 도움이 필요하다. 충분히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가지를 쳐줘야 올곧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이렇게 점점 자리를 잡고 건강한 문화적 토대가 만들어지면 공동체가 쉽게 붕괴되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토양도 건강해지면 산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점에서 숲과 나무, 마을 공동체와 사람은 생태계가 비슷해보인다.

 

이런 생태계에서 자란 그는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히라노 유키는 11개월의 연수 기간이 끝나 집으로 돌아가는데, 집 문 앞에서 우연히 나무 냄새를 맡는다. 나무 냄새를 따라가보니 근처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목재에서 나는 냄새였다. 히라노 유키는 이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싶은지 깨닫게 되고, 그의 성장을 함께 한 마을 공동체 '가무사리'로 돌아간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짧은 쿠키 영상이 나온다. 산림 관리 프로그램의 새로운 홍보 전단이 나오는데 히라노 유키가 모델로 나온다.  때로는 '왜 시작했는지' 보다 '그것이 자신에게 잘 맞는가' 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가지치기'와 같은 도움을 필요로 한다